BTS는 미국에서 1964년에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 영국 비틀즈의 미국 침공(British Invasion) 사건에 비교될 만큼 인기가 상당하다. 2017년 미국 ABC 방송국이 개최한 AMA(American Music Awards: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공중파TV에 데뷔한 BTS는 대단한 흥행 무대를 보여줬다. 이 때만 해도 미국 방송국과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주류층은 BTS의 강력한 팬덤을 고려해 흥행을 위해 중요 카드 정도로 인식한 듯 했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변하기 시작했고, 2018년BMA(Billboard Music Awards: 빌보드 뮤직 어워드) 현장에서 소개자로 나온 켈리 클락슨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게 뒤덮은 팬들의 호응과객석의 반응은 열광, 아니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굿모닝 아메리카, 지미팰런 쇼, 엘렌 쇼를 비롯한 각종 뉴스 출연과 인터뷰 등 BTS가 출연하는 방송과 프로그램과 공연은 연일 흥행과 매진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미국 방송국과 대중문화 주류층은 BTS 현상을 한 번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미국 본토의 중심을 흔들고 있는 새로운 문화적 흐름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19년 영화계에서 세계의 정점을 찍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그가 말한 “1인치 장벽”이 무너지는 현상은 이미 BTS를 통해 이루어진 셈이다. 미국 내에서 영어라는 모국어 작품 외에는 절대 통하지 않았고, 한 때 인기 좋은 타문화권의음악이나 영화들은 지나가는 이벤트로는 다룰지라도 절대 자신들의 주류 문화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미국 문화계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인기가 대중적으로 번지면서 필자가 섬겼던 미국의 한 교회에서는 중고등학생 자녀들에게 BTS 공연 티켓을 구해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할 정도였다.
필자가 더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BTS의 종교적인 영향력이다. 아미(ARMY)라고 불리는 그들의 팬층은 충성도가 대단하다. 젊은 10대들은 BTS의 음악을듣고 음악을 소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치유를 받고, 희망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는 힘을 얻기도 하며, 또 어떤 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래를 살아갈 희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는 인터뷰가 줄을 잇고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탐날 정도의 세상을 향한 막강한 영향력이다. 마치 그들이 가면 길이 되고 그들이 노래하면 치유를 받고 또 소망을 얻고 있는 듯하다. BTS의 종교적 영향력의 독특성 중 또 하나는 10대들의 부모 세대도 팬층으로 흡수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의 음악과 문화 자체를 즐기는 30~50대 성인들도 생각보다 많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자녀들이 방황하고 갈등하고 엇나갈 수 있는 시기에 BTS의 음악을 만나면서 마치 새로운 복음을 만난 듯 완전히 바뀌고 변화되는 자녀들을 직접 목격하는 부모세대가 수도 없이많다는 사실이다. 세상 어느 부모가 그렇게 변화된 자녀들을 보고 놀라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녀들이 방황을 끝내고 새 사람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주변을 향해 희망의 메시지까지 전하게 되었다고 하면 영향 받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세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BTS 전도 현장이다. 마치 가르치고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를 따르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현재 우리 기독교는 어떠한가? 2020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실시하는 기독교 신뢰도 조사에서 기독교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가톨릭과 불교에 뒤져서 연속해서 최하위 신뢰도를 기록하고 있다. 신뢰도 조사에서 기존의 무너진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 회복을 위한 개선점에서 첫째는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26.6%), 둘째는 정직하지 못함(23.7%), 셋째는 배타적 태도(22.7%), 넷째는 물질주의와 성공주의(16.3%)였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배려, 정직, 사랑, 그리고 청지기적 삶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결과가 나온 것이 가슴을 찢는 부분이다. 기독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지금까지 달려 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돌아볼 때다. 아니 사실은 이미 돌아볼 시점을 많이 놓쳐 왔다.
BTS가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으로 마치 기독교의 종교적 영향력을 대신하고 있는 것처럼, 자살 시도를 막고,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소망 없는 학생들에게 소망을, 위로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위로를, 그리고 방황의 끝을 달리던 학생들에게 방황을 종식시키는 그러한 힘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전문가들은 BTS의 차별점을 말할 때 첫 번째로 ‘소통’을 꼽는다. BTS의 성공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마케터의 입장에서도 주목하는데 바로 SNS를 통한 소통 마케팅이다. 음악 앨범을 발매하고 홍보하고 콘서트로 이루어지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자신들의 일상 대부분을 SNS와 인터넷 방송을 통해 공유하고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나눈다. 여기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단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라는 것, 그리고 소통의 지속성일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보는 BTS의 두 번째 힘은 솔직함과 공감력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변화의 시대정신을 읽으려 노력하면서 그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고또 아파하는 과정을 자신들의 언어로 솔직하게 노래한다. 청소년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면서 그들의 공감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준다. 우리 삶에서 때론 솔직함이 가장 큰 힘이고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냄이 가장 큰 공감을 살 때가 있다. 사람들에게 주는 공감과 마음의 울림은 때로는 그것만으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청소년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세 번째 힘은 진정성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팬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팬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의 말과 행동은 사람들에게 몇 번은 위장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기는 힘들기 마련입니다. BTS는 언론 인터뷰나 SNS를 통해 밝히는 팬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에서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며, 앞뒤가 다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팬들로 하여금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BTS 앨범 “Boy With Luv”에서 자신들의 성공은 자기의 능력이 아니라 모두 팬들의 관심과 사랑 때문이라고 말하며 앨범 자체를 팬들에게 헌사를 할 정도다. 진정성이야말로 사람들의 심중을 뚫고 들어가는 울림이며 힘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이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대부분 직관적으로 알게 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목회자들이나 세상에 노출된 성도들 모두는 더욱 앞뒤가 일치되는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하며, 진실됨의 가치를 더욱 알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 힘은 선한 영향력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연예인은 부와 향락과 모든 것을 거머쥔다. 그리고 대중은 그러할 자격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은 부유한 삶은 누리는 소위 "플렉스"(Flex) 하는 데에 익숙하다. 그러나 BTS는 뭔가 다르다는 것이다. 항상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다가 항상 선한 일을 쫓고, 그 영향력에 팬들은 스펀지 처럼 흡수하며 닮아가려 하고 있다. 부모 세대가 보통은 어떤 연예인을 따르는 자녀들을 염려스럽게 바라보는 것에 반해 BTS를 따르는 자녀의 경우에는 그것을 장려하기도 하고 혹은 부모가 함께 팬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선한 생각, 말, 그리고 선한 영향력 때문이다.
BTS의 종교성과 오늘날 기독교의 종교성과 어떻게 대비되고 있을까? 오늘날 기독교는 종교인이 점점 늘어나지만 그리스도인은 줄어들고 있고, 제자도 관련프로그램은 많지만 진정한 제자는 줄어들고 있다. 또한 나눔과 참여와 봉사와 사랑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기독교는 성도들이 예배 외에는 참석을 줄이면서 점점 관중화 되고 제 3자화 되어 가고 있다.
한편 기독교는 이미 제도화 되고 관료화 되어 사람들과 소통하기 보다는 지시하고 말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도가 목회자로부터 소통하는 마음과 듣는 마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세상이 기독교로부터 소통하는 마음과 듣는 마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미 그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소통의 부재는 신뢰도와 직결된다. 기독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록 복음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영생을 담고 있을지라도, 이웃과 세상에들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욥기에서 욥의 세 친구들은 모두 그들 기준에서 하나님의 가치에 맞는 말을 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기계적인 정답을 읊고 있을 뿐, 욥의 마음을 들으려 하거나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이점이 오늘날 기독교의 문제는 아닐까? 한국인 정서상으로는 더욱 성도들에게 좋은 정답을 얘기하는 것이 의무라고생각하기 때문이며, 세상을 향해 정답을 얘기해야 들어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구원자되신다는 정답을 가지고 있는 종교임에는 분명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세상을 대하는 방법과 태도는 더욱 중요해진다. 욥의 세 친구와 같이 정해진 정답을 먼저 얘기하기 보다는 그를 위해 아파하고 함께 우는 소통의 태도가 먼저 필요하고, 솔로몬이 일천 번제 후 하나님께서 무엇을 베풀어 줄지 묻자 ‘듣는 마음’을 구했듯이 듣는 마음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본다.
한편 성경은 솔직함과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솔직함은 거짓이 아닌 진실과 진심이 담긴 진정성과 일맥상통한다. 사실 오늘날 성도들은 자신을 낮추는 솔직한 설교를 선호하고, 말에 그치는 설교는 직감하고 꺼려하며, 그러한 설교 보다는 진정성 있는 설교에 목말라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체면 문화가 강해서 거룩한 가면을 쓰는 데에 익숙하고 그것이 서로 편할 때가 있다. 그래서 솔직함과 진정성을 담아내기 어려운 문화적인 부분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성경의 말씀을 신뢰한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솔직함과 진정성을 담아내는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남겨진 몫이다. 그리고 모든 일에 솔직해도 될 만큼 항상 정직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고 소위 하얀 거짓말도 하지 않도록 먼저 애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교회와 일터에서의 행동 그리고 가정에서의 행동이 다르지 않게, 우리의 내면과 외면을 동일하게 맞추는 미세조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BTS가 보여주는 선한 영향력의 경우, 기독교의 가치와 매우 흡사하다. 오히려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선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음이 안타깝다. 필자가 일반 회사에 다닐 때 교회에 출석하는 어떤 사람들을 향해 "나는 저 사람 때문에 교회에는 절대 가지 않을꺼야"라고 토로하는 것을 많이 들어왔으며, 그 이유를 물어보면 "교인들이 세상 사람들보다 더해, 더 거짓말 잘해, 매우 얌체 같아"와 같은 매우 격앙된 평가와 반응을 꽤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성경에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비유가 있듯이, 세상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성공에 반응하기 보다는, 우리 일터와 이웃과 주변을 돌아보면서 선한 일과 선한 영향력에 집중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데에 좀 더 사랑과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선교는 하나님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해왔지만, 세심하게 돌아보지 못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오히려 세상에 하나님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 장벽을 세워왔다. 복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복음의 담지자가 문제가 있거나 복음의 담지자가 복음을 오염되게 했을 것이라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우리는 먼저 무너진 신뢰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과 세상을 향해 먼저 아파하는 마음의소통, 자신에게 정직한 솔직함과 공감하는 마음, 이원론적으로 분리된 마음이 아닌 진정성 있는 태도,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태도가 오늘날에 필요한 선교의 출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BTS에서 발휘되고 있는 종교적 영향력이 부디 우리 기독교에서 다시 한번 발휘되길 기도한다.
Dan.
*선교/신학칼럼 코너는 칼럼 논조로 쓰여집니다.
コメント